이 글은 체제냐 반체제냐, 친서방이냐 반서방이냐, 신정이냐 자유냐 등 이란을 읽는 흔한 이분법보다는 더 복잡하고 진일보한 방식으로 이란 내부 지형을 제시한다. 요컨대 “이슬람 공화국 지지자-팔레비주의자-자유주의자-풀뿌리 좌파”라는 4자 구도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휴전이 어떤 방식으로 끝나든 간에 우선 이슬람 공화국 체제는 오히려 전쟁으로 더욱 굳건해진 것 같다. 그리고 안 그래도 정치적 시민권이 없었던 팔레비주의자는 이란 국내에서는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트럼프가 “우리가 이란 시위대한테 총을 주었다”라고 말한 이상 더욱 그렇다. 해외에서도 팔레비주의 이란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미지가 전쟁을 거치며 그야말로 끝도 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전쟁 이후에도 지속될 이란 정치는 이슬람 공화국, 자유주의자, 풀뿌리 좌파의 경합이 될까.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구도는 풀뿌리 좌파의 관점에서 쓰여져서 그런지 이슬람 공화국의 정치경제와 세력 구도를 여전히 단순화하고 있다. (이란 사회 내에서 풀뿌리 좌파의 존재감을 너무 과대대표한 것부터 그렇지만) 우선 이슬람 공화국 체제 지지 그룹을 단일하게 놓은 것이 그렇다. 보수파-개혁파, 혹은 이슬람주의-자유주의의 구분은 이란 정치를 이해하는 데 기초적인 출발선이지만 사실 모든 혁명이 그렇듯 혁명을 지지하는 안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이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장석준 선생은 1월에 기고한 “이란의 대안은 신정 체체와 팔라비 왕조 부활뿐일까”라는 칼럼에서 샤리아티와 탈레가니, 투데당 등이 경합한 혁명기 이란 내부 논쟁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 좌편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체로 타당한 구도다. 하지만 이 구도는 이란-이라크 전쟁이 중반을 넘어가고 호메이니 이후에 혁명의 미래를 논하는 1980년대 중후반에도 여전히 이란 혁명 내부에 역동성이 살아있음을 지운다. (흔한 좌파 사관에서는 자기들이 지지하는 투데가 숙청된 것을 기점으로 혁명이 이슬람 반동에 넘어갔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련이 지지하는 이라크가 쳐들어왔는데 소련 앞잡이를 숙청 안 할 수가 있나? 이슬람 공화국이 기본적으로 반공국가라는 것도 중요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