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후계 국가로서 모스크바 공국은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점인 16세기부터 초원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카잔 칸국, 아스트라한 칸국을 병합한 러시아는 모피를 찾아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했으며, 순식간에 시베리아를 확보하고 태평양까지 나아갔다. 몽골 제국 이후에 남은 여러 유목 부족들은 모스크바에 저항했지만 복속되었다. 우랄과 남부 시베리아의 바시키르인들이 대표적이다. 18세기와 19세기를 거치며 러시아 제국은 남쪽으로 더욱 크게 팽창하였고, 수많은 무슬림 지역을 획득하게 된다.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크림을 얻었고, 이란의 카자르 제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캅카스 지역도 정복했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식민지가 된 지역 중 하나였다. 러시아 제국이 이 지역에서 영토 팽창을 마무리했을 때는 제국 후기라고 할 수 있는 1880년대였다.

물론 러시아와 인접한 북쪽의 카자흐스탄에서는 제국의 팽창이 빨랐다. 카자흐인들은 몽골 고원을 다스리는 준가르인들의 압박을 받고 있었는데, 준가르로부터 생존하고자 청 제국과 러시아 제국 양쪽의 보호를 요청했다. 이를 빌미로 초원 정치에 더 깊숙하게 개입하기 시작한 러시아는 카자흐 지역에 빠르게 진출했고, 여기를 발판으로 삼아 남쪽의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까지 확보했다.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경략.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제국 팽창의 동기는 여러 가지였다. 유럽의 제국주의 경쟁이 격화되며 러시아에서도 식민지를 더욱 확보해야 한다는 심리가 보편적이 되었다. 러시아는 캅카스와 중앙아시아를 '우리들의 알제리, 우리들의 인도'라고 칭하며 이 지역이 차르의 위신을 드높이고 러시아 문명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공간으로 간주했다. 물론 가장 직접적인 동기는 영국과의 경쟁이었다. 나폴레옹 전쟁 때까지만 하더라도 손을 잡았던 영국과 러시아는 프랑스의 위협이 사라지고 나서는 유라시아 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을 시작했다. 점차 오스만과 페르시아를 물리치며 남쪽으로 확장하는 러시아를 영국은 심대한 위협으로 여겼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영국이 인도를 통해 북쪽으로 계속 진출하여 제국의 후방부를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 두려워했다. 영국과 러시아의 상호 불신은 훗날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불리게 될 지정학적 경쟁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