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역시 6월 19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9일이나 지나서 올리려니 조금 머쓱하군요. 하지만 전쟁을 통해 드러난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견고함'과 그럼에도 존재하는 '취약성'은 여전히 향후 이란과 중동 전반을 바라볼 때 있어서 계속해서 고려될 요인들 같습니다.
첫째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성향 문제다. 하메네이 개인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를 깊게 하지는 않았으나, 나는 하메네이를 세간에 인식된 것 같은 완고한 강경파보다는 이슬람 공화국의 다양한 정치 세력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인물로 인식한다. 이란 내부에 이슬람 혁명 이념을 추구하는 강경파 세력과, 서방과의 정상적 외교 관계 수립을 추구하는 온건파 세력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리고 호메이니의 제자로서 이슬람 혁명을 계승했지만, 이란-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전쟁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가도 물려받은 하메네이는 언제나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노선을 조정하며 국가를 운영해야만 했다. 체제에 대한 내부 불만이 강해지고, 지정학적 긴장이 너무 높아질 때는 하타미, 로하니, 페제슈키안 등 개혁파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며 미국과의 협력, 핵협상 등 유화책을 펼쳤다. 반대로 혁명 이념이 너무 이완되었다고 판단되고, 외부 위협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판단되었을 때는, 아흐마디네자드, 라이시, 그리고 결정적으로 혁명수비대와 함께 보조를 맞추며 호전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를 고려했을 때 하메네이의 현재 심중은 사실상 이슬람 혁명과 9천만 국민의 존폐를 어깨 위에 얹은 실존적 고민과 함께 그 본인조차도 알 수 없는 고뇌의 상태가 아닐까 싶다.
이란의 추후 대응을 점칠 때 가장 고려해야할 요소는 역시 미사일 재고일 것이다. 갈등이 현재 수준에서 지속될 경우, 이스라엘을 소모시킬 이란의 미사일 전력이 어느 정도로 비축되어 있는지에 따라 전쟁 전개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현상은 최근 이란이 진실의 약속-2나 진실의 약속-3의 1차 공격 때와 달리 발사 대수를 백단위에서 십단위로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관찰자들이 이란의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분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나는 이란이 미국과의 충돌까지 고려하며 미사일 재고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방공망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모되어 더 적은 발사량으로도 원하는 타격을 지속적으로 입힐 수 있다고 이란이 판단했다는 정황으로 생각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러시아 군산복합체의 역량을 과소평가했다가, 러시아가 끊이지 않는 미사일 발사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하자 ‘고갈론’이 쏙 들어간 것을 생각하면, 현재로서 이란 미사일 고갈론을 얘기하는 것은 아직은 성급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란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생각만큼 군수 경제를 운영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대신 자체적인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제재 속에서 독자적인 민수 경제를 운영해왔다. JCPOA가 끝나고 트럼프의 최대압박 정책이 시작되며, 이란 경제는 석유보다 이러한 다종다양하며, 국제무역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인 자체적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는 이란이 전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 효과적인 군수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미사일 및 군사 장비 생산량을 늘릴 여력이 상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