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르제프 행 버스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원래 예정되었던 4시간 운행이 아니라 무려 5시간이나 걸리는 기나긴 여정에도 불구하고 잠을 거의 잘 수 없었다는 것이다. 맨 뒷자리에 술에 쩔은 미친 할아버지가 앉더니만, 듣기 거슬리는 큰 목소리로 계속 신경질적으로 이것저것 중얼거리는데, 잠이 들라고만 하면 뭐라고 지껄이고, 잠이 또 들라고 하면 또 갑자기 짜증내면서 끊임없이 뭔가를 말해서 자는 게 도저히 불가능했다.
마침 핸드폰 배터리도 꺼져서,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 노트북에 들어 있는 책을 읽으면서 간신히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르제프에 도착하니 밤 11시 반. 원래 6시 출발 10시 도착이었어야 하는데, 30분 늦게 출발하고 1시간을 더 늦게 도착하여 자정 가까이 되어서야 와버렸다. 힘들긴 했지만 일단은 꿉꿉한 버스의 공기와 미친 할아버지의 짜증나는 목소리로부터 해방되고, 시원한 르제프의 바람과 적막한 도시의 고요함을 마주하자 한결 나아진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