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최근 북한군의 쿠르스크 작전 참여를 공식 인정하며 북한군에 관하여 무성하던 말들이 드디어 최종적으로 정리가 되었다. 나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북한군 파병에 대해서 의심하다가, 국내 언론 보도를 보면서 제한적이지만 파병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투병으로 활용할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써놓은 글도 있다. 당시 내 관점을 요약하자면, 드론이 전장을 누비고 지휘부와 야전 병력의 실시간 소통이 극도로 중요한 러우전에서, 러시아군과 언어 문제, 현대전 숙련도 문제로 공조가 불가능한 북한군이 과연 전투병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따라서 포병, 수송, 공병 등 전투보다는 후방 지원을 중심으로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투병 참전에 대한 무수한 증언을 내가 믿기 어려웠던 것은 지금 러우전에서 시리아 전쟁에서 시작된 SNS 시대의 심리전, 정보전 패러다임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각자 국내외의 여론을 통제하고 조종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전과 심리전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는데, 이는 냉전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발전하여 스마트폰과 SNS 시대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림 합병, 돈바스 전쟁을 기점으로 서방에도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는 탈진실 미디어전을 개시했다고 생각한다. (티모시 스나이더의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에 매우 상세하게 서방의 관점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돈바스 전쟁 초기에 도네츠크군이 말레이시아 항공기를 격추시켰을 때, 격추 책임을 둘러싼 무수한 정보의 혼돈이 사건 자체를 오리무중으로 만들었던 일이나, 2016년 대선 패배 이후에 러시아 정보전 부대가 트위터 등지의 봇을 통해 트럼프를 지원했다는 민주당의 러시아게이트 주장 등이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반대의 서사가 있는데 CIA 이래로 정보전과 기만, 심리전은 언제나 서방의 전매특허였으며, 시리아 내전에서 알카에다계 조직을 민주투사로 만든 것만 보더라도 이들의 미디어전 능력에 당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이야기가 매우 많이 나왔다. 윤리적 상대주의의 위험을 무릅쓰고 책임론을 잠시 내려놓자면, 2014년 경 시리아와 돈바스에서 발전한 정보전 교리, 2018년에 미얀마와 스리랑카에서 터져나온 페이스북 인종폭동의 경험이 누적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할 2022년 무렵에는 양측 모두 고강도의 정보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