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고등교육 독점이 많이 약해지고 지식 습득의 비용과 편의성이 놀랍도록 좋아진 세월이지만 그래도 대학원이 좋은 점은 다양한 시각과 관심사를 갖고 연구하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중에서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동료는 카타르를 연구하는 동료인데, 이 친구와 중동 독서 모임을 하면서 걸프와 아랍에 대한 책을 몇 권 읽고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중동 전공자라지만 아랍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관심도 없었고, 주로 터키-이란-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봤었기 때문에 피상적으로만 알던 아랍을 조금이라도 찍먹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포스트 아랍의 봄 중동에서 걸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UAE와 카타르가 그냥 오일머니로 흥청망청 하는 두쫀쿠 석유왕국이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핵심 클러스터로 엄청난 위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이걸 몰랐다면 나도 이란의 '두바이 불바다' 전략을 보고 어리둥절 했을 것 같다. 하지만 걸프의 중요성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이건 미친짓이 아니라 고도로 계산된 전략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저번에 글로 썼다) 이란은 일종의 배팅을 한 것이다. 만약 걸프가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대체불가능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면 걸프 국가들의 고환을 쥐어짜는 전략은 효과가 있다. 걸프의 고통을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어떤 식으로든 흡수할 수 있다면, 미국의 전쟁 지속력은 더욱 길어진다. (동아시아 동맹국에서 탄약, 미사일, 군수품을 땡겨오더라도 말이다!)
사우디, 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가 난리가 난 상황은 그렇다면 중동 바깥에서 어떤 임팩트를 줄까? 솔직히 임팩트가 없는 영역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로 세계체제의 메가 클러스터인 걸프지만 그냥 지하철 타면서 생각이 떠오른 것들 몇 가지만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