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8일, 테헤란 기준 오후 8시에 시위가 본격화되었다. 많은 인파가 모였음은 한 눈에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곧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며, 이란 현지에서 소식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길은 닫혔다. 인터넷 차단이 본격화되기 전 사태 초기에 테헤란이나 여타 지방 도시에 모였던 군중들의 구호가 울려퍼지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외부인들은 모두 앞으로의 전개를 숨죽이며 지켜본 채 추측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날이 밝았다. 내가 어제 1월 9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이란에서는 여전히 동이 트기 전 새벽이었다.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었지만 이란 상황을 쫓아가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한국 시간으로 저녁, 이란 시간으로는 낮이 되었을 때 X(트위터)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포스트들이 등장했다. 내가 평소에 팔로우하고 있는 이란에 거주하는 친정부 스피커들이 트윗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주로 이란 국영방송사(IRIB)의 자료 화면을 업로드하고, 친정부 인사들이 시위 현장을 기록한 영상을 업로드하며 간밤에 있었던 “폭동”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를 묘사했다. 한편 낮이 되자 많은 거리는 다시 이슬람 공화국을 지지하는 충성파들의 집회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나의 짧은 페르시아어 듣기 실력으로도, “Khamenei Khomeini-ye digar ast!”, 하메네이야말로 또 다른 호메이니다! 라는 그들의 구호는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전날 밤에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는 거리에는 이제 “간첩과 폭도에 죽음을, 미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다시 제자리를 차지했다.

어제 새벽까지 이란의 상황을 주로 쫓아가면서 나는 1월 8일 시위 1차전은 시위대의 패배로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런 사건은 하루아침에 결판이 나지 않고, 우리는 2차전, 3차전을 계속 보아야만 할 것이다. 또한 2026년이 아니라 그 언제라도 다른 시위는 또 시작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2025년 12월에 시작해 2026년 1월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 시위 국면은, 시위대가 힘을 끌어모아 정권을 압박하기로 한 1월 8일 밤에 잘못된 단추를 꿰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조금 써보도록 하겠다.

나는 이란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분열을 보면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작년에 한국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던 계엄-탄핵 정국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한국의 정치 및 미디어 환경은 극단적으로 둘로 나뉘어 있었고, 양측은 모두 여의도와 광화문 등지에서 대중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며 각 정치 세력을 최대한 압박하고자 했었다. 이 과정에서 탄핵 반대 집회에 의한 초유의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란인들이 올리는 글 역시 이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각 지지자들은 서로를 머저리라고 비난하고, 가족 중 누구는 ‘저짝’이라고 혀를 차며, 빨리 상대편이 무너지기를 열렬히 희망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편’은 정당한 대의를 지닌, 국민 다수를 대표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하고, ‘상대편’은 그 숫자가 특정 소수 국민으로 국한되는 다 쓰러져가는 ‘한줌단’이라고 비난하는 일이다. 태극기와 응원봉의 대결 당시 드론 사진을 비교하면서 누가 한줌단이네 누구는 물로켓으로 거품 다 빠졌네라고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는 논쟁이 이란에서 똑같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