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대국이다. 이란의 영토는 근대사의 질곡으로 인하여 대거 축소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16배에 달하는 160만㎢를 자랑하고 인구는 약 9천만 명에 달한다. 유라시아 남서부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민족의 교차로임과 동시에 그 내부에도 수없이 다양한 민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란의 지도를 어떻게 읽어야만 할까?
이란의 지형은 주로 높은 산맥들이 즐비한 산악 지형이고, 기후는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건조 기후에 가깝다. 그러나 이 사실이 단순히 이란이 낙타가 사는 신비의 사막임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란인들은 주로 자국의 국토를 남북으로 나누어 이해하고는 한다. 실제 1907년에 영국과 러시아가 이란을 분할하기로 했을 때도, 이란을 북부, 중부, 남부의 세 권역으로 나누기도 했다.

두 지역을 나누는 주요한 기준은 기후다. 사파비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파한을 중심으로 선을 그어보면, 북부는 카스피해에서 유입되는 수분으로 강수량이 많고 그 때문에 초목도 더 형성이 잘 되어있어 푸른 편이다. 특히 서쪽의 높은 고원 지대는 바람이 세차고 추운 편이라 타브리즈 등지는 겨울에 영하로도 떨어지곤 한다. 카스피해에 면한 길란과 마잔다란 지역은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쌀농사를 주로 지으며, 특히 길란의 무성한 숲은 정글과도 같은 것으로 유명하다. 애초에 정글이라는 말의 어원이 페르시아어로 숲을 의미하는 ‘장갈’이다. 이란의 북쪽은 우리가 흔히 ‘중동’하면 떠올리는 건조한 사막 기후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곳이다. 수도인 테헤란이 바로 이곳에 위치해 있고, 테헤란의 가장 유명한 풍경 중 하나가 도시를 끼고 있는 알보르즈 산맥에 내려앉은 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