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호에는 그 나라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대한민국의 영문명 Republic of Korea에는 한국이 왕정과 식민 통치를 끝내고 공화정을 채택하게 된 과정이 묻어난다. 미국의 United States of America나 러시아의 Russian Federation도 마찬가지로, 국호에서 아메리카와 러시아 지역의 ‘연방’이라는 정체(政體)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Islamic Republic of Iran)’도 마찬가지다. 이란이라는 민족의 이름과 이슬람 공화국이라는 정체의 이름을 해석해내면 이란의 역사와 오늘날 이란의 위치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슬람 공화국은 이란 근현대사의 모든 문제가 총체적으로 집결되는 테마이다보니 간단히 끝낼 수가 없다. 그러니 먼저 ‘이란’부터 살펴보자. 처음에 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역사를 공부해나갈 때 헷갈리는 것이 바로 이란과 페르시아의 문제다. 고대사를 읽다 보면 근동을 통일하고 그리스와 맞붙은 세계 최초의 제국인 페르시아를 접하게 된다. 오늘날까지도 페르시아라는 이름은 화려하고 장엄한 고대 제국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그야말로 문명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이란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개념이 바로 ‘이란계 민족’이다. 그 역사는 4천년도 더 전에 우크라이나와 남러시아 초원 일대에서 인도유럽인이 발흥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차를 타고 키가 큰 풀이 무성한 초원 지대를 누볐던 인도유럽인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동쪽의 인도부터 서쪽의 유럽까지 정복과 교류를 통해 확산되었다. 서쪽으로 간 인도유럽인들은 켈트인, 라틴인, 게르만인, 슬라브인, 그리스인 등으로 갈라지며 오늘날 유럽 민족 대부분을 형성했다. 하지만 동쪽과 남쪽으로 간 인도유럽인 집단도 있었고, 이 중에서 특히 시베리아를 거쳐 남쪽 중앙아시아로 대거 이동한 인도유럽인들이 매우 중요했다. 이들이 바로 ‘아리아인’이기 때문이다. 아리아인 중에서 북쪽 중앙아시아와 서쪽의 이란 고원에 정착한 민족들은 이란계 민족이 되었고, 동쪽과 남쪽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간 민족은 인도계 민족이 된다. 이란계 민족과 인도계 민족은 서로 다른 원주민들과 교류하며 종교, 언어 면에서 차이를 보이게 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기원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