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참여하고 있는 모 세미나에서,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중국 사상가 간양(甘陽)의 저서 <문명 국가 대학>을 소개하는 글에 제가 작성한 답글입니다.
저는 이 책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세미나에서 발제자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바를 아주 짧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중국은 단순한 국민 국가가 아니라 독자적 전통 위에 서 있는 문명-국가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통삼통, 즉 정치의 사회주의, 경제의 자유주의, 문화의 보수주의라는 세 전통을 일통하여 국가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중화 전통을 계승한 현대의 문명-국가다. 따라서 서구의 리버럴, 신좌파 경향을 추종하기보다는, 서구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보수주의자들, 예컨대 앨런 블룸, 레오 스트라우스, 새뮤얼 헌팅턴 같은 지식인들을 공부할 때 더욱 풍성한 시각을 얻을 수 있으며, 대학 교육은 중국 고전과 보수 전통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표준 교양을 제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시진핑 정권의 관방 이데올로기와 매우 합치하는 사상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오주의 경제 정책의 역사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재발굴하고, 이를 덩샤오핑 개혁개방과 연결하는 마오-덩 통합 사관도 그렇고, 그 근간은 중국 문명의 자체적인 전통과 자주성이다라는 서구로부터의 인식론적 독립 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자유주의를 세계의 표준으로 세웠던 미국에서 트럼프의 당선으로 자유주의가 위기에 처한 지금, 중국의 이러한 시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에 대한 생각을 담아 답글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