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타이시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 반~3시간에 걸쳐 버스를 타고 가면 그루지야의 주요 무역항인 바투미가 나온다. 이때도 좁아터진 마르쉬루트카(승합차 대중교통)에 덩치 큰 인간들끼리 낑겨 가면서 참으로 힘들게 갔다. 어쨌든 중앙아시의 한 가운데인 카자흐스탄을 거쳐 아르메니아의 첩첩산중으로 들어갔다가 드디어 바다가 나왔다! 버스정류장 바로 맞은 편이 바투미 항구여서 우리는 숙소에 가기 전에 먼저 바다부터 들렀다. 해군 장교 출신인 동행은 흑해의 물을 손으로 살짝 떠서 맛보기도 하였다.

본래 이곳 그루지야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와 불가리아, 루마니아까지 모든 흑해 연안은 오스만 제국의 땅이었다. 하지만 강성해진 러시아 제국은 흑해로 향하는 출로를 찾고자 했고, 오스만 제국 치하의 정교회 교인에 대한 보호자를 자처하며 오스만 제국과 충돌을 빚었다. 18세기 말의 크림 칸국 정복, 19세기의 발칸 반도 국가들의 독립이 이어지며 오스만 제국은 위축되었다. 최후의 일격 중 하나는 1878년 러시아-오스만 전쟁 후에 맺어진 산스테파노 조약 및 베를린 조약이었다. 여기서 오늘날 터키 땅이기도 한 카르스와 아르다한을 포함하여, 바투미까지 러시아 제국에 할양된다.